# 지난 27일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가 열린 스튜디오T에서 한 선수가 최대 화제를 모았다. 키가 껑충한 한 새내기 선수가 무려 74구까지 가는 랠리를 선보이는 등 끈질긴 수비탁구로 팀 승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 주인공은 삼성생명(여)의 실업 1년차 변서영(19). 2003년생으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앳된 선수다. 변서영은 이날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승부처인 4매치에 등장해 국가대표 김하영을 상대로 예상을 깨고 2-0(11-8 11-9)로 승리했다. 보는 사람이 질릴 정도로 끈질긴 수비력을 선보였는데 특히 2게임 5-5 상황에서 KTTL 최다랠리인 74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팀이 매치스코어 1-2로 뒤진 상황이었고, 5매치는 삼성생명이 좀 유리한 오더였기에 팀 승리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운 것이다.
# 변서영은 2가지 불리한 점을 이겨냈다. 먼저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프로무대는 루키가 주전으로 뛰기 힘들다. 국가대표 및 세계랭커들이 즐비한 까닭에 주전의 부상이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출전 자체가 힘들다. 또 KTTL의 11점 3게임(세트) 제도는 수비전형 선수에게 불리하다. 수비수는 몸이 좀 풀려야 하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경기가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 변서영은 삼성생명의 유남규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다. 실업팀 진출이 어려워진 변서영의 사정을 듣고는 ‘잘 키우면 제2의 서효원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해서 변서영을 스카우트했다. 그리고 지난 3개월여 동안 변서영을 라이벌 대한항공전의 히든카드로 집중훈련을 시켜왔다.
# 기회는 왔다. 지난 2월 3일 대한항공전에 깜짝 출전해 1매치에서 상대 에이스 이은혜를 2-0(11-6 11-9)로 잡아냈다. 이어 13일 2라운드 대한항공 전에 출전해 김하영에게는 패했지만 다시 이은혜를 꺾었다. 대한항공이 변서영에 대비해 수비전형 상대 특훈을 실시했을 정도로 임팩트가 컸다. 이런 변서영이 27일 3라운드에서는 이은혜에게는 패했지만 김하영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팀승리를 이끈 것이다.
# 변서영은 “처음 프로리그 경기에 나서기 전에 너무 부담이 돼서 울음이 나왔어요. 언니들이 잘 다독여줘서 (이)은혜 언니를 두 번이나 이겼던 것 같아요. 언니들, 그리고 감독님, 황샘(황성훈 코치)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수비수 아니, 최고의 여자탁구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남규 감독도 “큰 키(173cm)에서 나오는 커트 구질이 서효원보다 낫다. 좋은 수비전형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칭찬했다. <끝>
# 스스로는 별명이 ‘긴팔원숭이’, ‘변숭이’라는 변서영은 사실 KTTL에서 다른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인기 TV시리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선우엄마(김선영)과 똑 닮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선우엄마요? 배우 진선규님을 닮았다는 얘기는 들지만 선우엄마는 처음이에요. 별명은 상관없어요. 독일의 한잉 선수처럼 세계적인 수비전형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작은 눈이 더 작아지며 환한 웃음을 띤 변서영의 목소리에는 새내기의 자신감이 한껏 배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