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천재 신유빈 “연습량 부족해 고교진학 포기… 그래도 BTS만은 포기 못해요”
작성자 한광진(광진탁구스포츠)
등록일2020-04-30 0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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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0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연습장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라켓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정준희 인턴기자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에요. 피겨계에 김연아 선수가 나타났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다니까요.”

한 코치는 신유빈(16)을 이렇게 표현했다. 168㎝라는 큰 키, 긴 팔과 다리, 민첩함에 타고난 탁구 센스까지. 말 그래도 타고난 탁구 천재라는 것. 이런 천재성을 증명하듯,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5살 때는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현정화(51)와 랠리를 벌이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엔 최연소 국가대표로 여자탁구 대표팀에 합류해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 티켓을 따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런 천재성을 꽃피우게 해준 건 수원시탁구협회 전무인 아버지 신수현씨다. 신유빈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탁구 선수 출신인 아빠가 탁구장을 운영해, 탁구장은 내게 늘 놀이터였다”며 “아저씨들이나 선수 언니들을 따라 탁구를 치며 자연스레 탁구와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선수의 길도 누가 억지로 시켜 걷게 된 게 아니었다. 그는 “아빠는 물론, 내게 억지로 운동하게 시킨 사람은 없었다”며 “탁구가 재미있어 계속 하다 보니, 자연스레 탁구 선수가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20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연습장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상대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인천=정준희 인턴기자

그래서 신유빈은 항상 즐겁게 탁구를 친다. 그는 “매번 다른 공의 모습, 연습할수록 느는 기술력, 상대와의 두뇌싸움 등 탁구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눈을 반짝였다. 실제로 웃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가 될 정도로, 그는 경기 중에 항상 방긋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 웃다가 혼나기도 했단다. 신유빈은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선생님들께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며 “그래서 무표정으로 연습도 해봤는데,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서 너무 힘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뚜렷한 목표 의식도 탁구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다. 신유빈은 “가끔 탁구가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그땐 세워둔 목표를 떠올린다”며 “지금의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던 지난 1월 도쿄올림픽 세계단체 예선전 패자부활전을 앞두고는 3㎏이나 빠졌다. 앞서 여자탁구 대표팀은 이 대회 1라운드에서 북한에게 져 패자부활전으로 밀렸으나, 패자부활전에서 우승해 출전권을 확보했다. 특히 결승전 2-1 상황에서 1승을 추가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게 바로 신유빈이다. 신유빈은 “좀처럼 긴장을 하지 않는데, 이땐 숨도 잘 안 쉬어질 정도였다”며 “내가 조금 더 간절해 이긴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본보와의 인터뷰 도중 1월 도쿄올림픽 세계단체 예선전 패자부활전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 하고 있다. 신유빈은 이날 “좀처럼 경기를 앞두고 긴장을 하지 않는데, 이땐 숨도 잘 안 쉬어질 정도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인천=정준희 인턴기자

좋아하는 만큼, 더 잘하고 싶단 욕심도 크다. 최근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팀인 대한항공 여자탁구단에 입단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신유빈은 “학교 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되면 몸이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연습 시간도 많이 할애하기 어려웠다”며 “연습량이 부족하니, 언니들과 경기할 때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하더라”고 진지하게 이유를 밝혔다.

탁구에 전념하고자 이성친구에도 관심이 없단다. 신유빈은 “아빠랑 이 이야기를 해봤는데, 남자친구가 생기면 좋겠지만 헤어지면 (탁구에) 영향을 많이 줄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며 “만들 생각이 지금은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방탄소년단(BTS)만큼은 포기 못한다. 그는 “뷔랑 진 영상을 보고 좋아졌는데, 이제는 다 좋다”면서 “콘서트를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팀 훈련장이 있는 인천에서 연습에 매진 중이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올림픽도, 경기도 모두 멈춘 상태지만 더 연습할 시간이 늘었단 생각을 하며 씩씩하게 버티고 있다. 신유빈은 “시간이 빠듯해 조급했다”며 “이제 (실력이) 올라가는 단계인 만큼,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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