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탁구' 금빛나래의 조용한 쾌거
작성자 한광진(광진탁구스포츠)
등록일2019-08-23 09:11:10
조회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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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고의 탁구전용체육관에서 금빛나래 탁구후원회 회원들과 엘리트선수들이 탁구로 교류하는 모습. 정기모임은 한달에 한번 이뤄지고, 후원회는 선수들이 좋은 조건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서구와 일본에는 일관교육(一貫敎育)이라는 게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같은 재단의 학교를 다니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가쿠슈인이 대표적이다. 교육에서 이게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에서는 나름 장점이 많다. 학생선수들이 진로에 대한 불필요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혹은 지역사회)는 잘 하는 선수는 최고의 실업팀에 좋은 조건으로 보내고,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동일 계열 실업팀에서 받아줘 선수생활을 계속하도록 돕는다. 은퇴 후 지도자 교육도 쉽게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 

초등학교(미성초) 탁구부를 후원하던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뜻을 모아 중학교(문성중)와 고등학교(독산고), 그리고 실업팀(금천구청)까지 차례로 창단을 이끌어낸 사단법인 ‘금빛나래(금빛나래탁구후원회, 회장 류희복)’는 이제 탁구는 물론, 한국 스포츠계에서 대표적인 수범사례로 꼽힌다.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좋은 환경에서 능력껏 운동의 나래를 펼 수 있고, 사회진출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전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아탁구부까지 출범시켰다.  

이런 금빛나래가 성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화제다. 미성초-문성중-독산고는 진즉에 강호였는데, 이제는 2017년 창단한 맏언니 금천구청이 기업팀을 꺾을 정도로 기세를 높이고 있다. 22일 끝난 제35회 대통령기 전국시도탁구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금빛나래의 4개 팀은 모두 10개을 메달을 땄다. 여고부의 독산고(코치 석은미)는 단체, 개인복식(김서윤 이윤지), 개인단식(최해은) 등 출전한 모든 종목을 석권했고, 문성중(코치 오윤정)은 개인복식(이연희 이승미) 우승에 단체전 3위를 기록했다. 미성초도 여자 초등부에서 개인단식 우승(고혜원)을 포함해 메달 3개를 수확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금빛나래의 메달은 8개(금 5개). 맏언니격인 금천구청은 여자실업부에서 송마음-정유미 조가 복식에서 우승했고, 이어 송마음은 개인단식 은메달을 추가했다. 총 메달 10개를 채웠고, 이중 금메달만 6개인 것이다. 초중고는 조건이 같은 학원스포츠이지만, 실업은 기업팀이 거액의 계약금을 들여 최고의 선수들을 입도선매하는 까닭에 금천구청과 같은 시군청팀이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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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통령기 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여자일반부 개인복식 우승을 달성한 금천구청의 송마음(왼쪽)-정유미..  


사실 송마음(26)과 정유미(24)는 잘나가는 선수였다. 각각 군산중앙여고와 단원고를 졸업하고 기업팀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생명으로 스카우트됐고, 이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되는 등 실업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둘은 나이가 들고, 쟁쟁한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주전이 보장되고 또 편안한 환경에서 은퇴후 삶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나란히 금천구청으로 이적했다. 정유미는 다른 기업팀이 거액의 계약금과 함께 영입을 제안했지만, 이를 고사하고 고교은사 오윤정 코치(문성중)가 있는 금빛나래를 택했다.  

시군청팀으로 오자마자 호성적을 낸 비결은 무엇일까? 둘은 “마음이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적과 훈련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운동을 하니 더 탁구가 잘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선수의 얼굴은 기업팀에 있을 때에 비해 훨씬 밝아졌다. 

실업 8년차 송마음과 6년차 정유미는 금빛나래에서 단순한 선수 이상의 노릇을 한다. 유아팀부터 초중고까지 후배들이 즐비한 까닭에 수시로 후배들의 탁구를 돕는다. 이미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금천구청의 추교성 감독은 “두 선수에게 감사할 뿐이다. 송마음 선수는 본인도 지도자 욕심이 있고, 객관적으로도 지도자로 휼륭한 자질을 갖췄다. 하고 싶은 만큼 선수생활을 하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도록 금빛나래 차원에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22일 대통령기 대회가 끝나자 금빛나래에는 유성훈 금천구청장을 비롯해, 시의원, 구의원 등 지역의 유력인사들이 축하를 전해왔다. 이제 금천구에서 금빛나래 탁구는 없어서는 안 될 지역사회의 핵심요소가 됐다. 많은 시군구들이 롤모델로 여겨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는 금빛나래가 성경구절처럼 ‘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를 맺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마침 금빛나래는 24일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제1회 금빛나래 탁구후원회 전국오픈대회’를 독산고 탁구전용체육관에서 개최한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을 비롯해 유남규, 현정화, 김택수, 안재형 등 탁구스타들이 축하차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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